[인사말] 일본 수출규제 관련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 2019-08-07 | |
---|---|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작성자 : 조재형 이메일 : jhjo@kofst.or.kr 조회수 : 236 | |
인 사 말
오늘 과총과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 개최하는 ‘일본 수출규제 관련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 참석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바쁘신 중에도 사안의 엄중함을 공감하여 자리해주신 김성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님과 긴급토론회 준비에 뜻을 모아주신 한민구 원장님, 권오경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발제와 토론을 맡아주신 현장 전문가 여러분께 인사의 말씀 드립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지난 7월 1일,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8월 1일에는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부여했던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차 제재가 시행되면 수출 규제 품목 수는 개별허가제로 전환된 반도체 3개 핵심 소재에서 전략물자 비 민감 품목 1,115개로 대폭 늘어나게 됩니다. 그동안에는 일반포괄승인으로 한번 허가를 받으면 3년간 신속한 통관이 가능했습니다. 앞으로는 건별로 일본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품목이 다양해 당분간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등 첨단 정보기술(IT)과 스마트 제품의 생산 차질과 공급 부족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일본이 1차 규제로 압박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등은 90% 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산업적, 경제적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산업 정책적 대응
그동안 정부는 2001년 소재부품특별법 제정, 2010년 반도체 장비, 소재, 부품 관련된 육성전략을 추진하며, 생산 3배, 수출 5배 등 반도체 산업의 외형적 성장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기준 반도체 장비‧소재의 국산화율은 40%에도 못 미칩니다. 글로벌 체인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발목을 잡게 된 상황입니다.
정부는 지난 8월 5일 범부처 차원의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긴급 발표됐습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100대 핵심 전략품목에 대한 조기 공급 안정화 △수요-공급기업 및 수요기업 간 협력 모델(생태계) 구축 △경쟁력 위원회 설치, 특별법 전면개편 등 강력한 추진체계를 통한 전방위적 지원이 골자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는 시각
1.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s, GVCs)과 국제분업에서의 한국
2013년 영국의 통상투자장관(Lord Stephen Green of Hurtspierpont, Minister of State for Trade and Investment)이 OECD에서 이런 연설을 했습니다. 부가가치거래(Trade in Value Added)에 대한 OECD/WTO Database에 대해 설명하면서, 현대적 공장과 증기기관의 탄생지로서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영국의 제조업에 근본적인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것을 새로운 산업혁명이라면서, 대형 비행기에서 작은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 각각의 중간 생산물(intermediate products)을 한데 모으는 글로벌 가치사슬에 의해 생산되는 제조공정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영국제(Made in Britain)니 중국제(Made in China)가 아니라, Made in the World가 많아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서, 이 새로운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최종 제품의 생산과 판매보다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가치를 부가할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의 우위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에어버스 생산은 좋은 사례로서, 영국은 전문성으로 날개와 엔진을 제조하고, 프랑스로 보내 거기서 최종 비행기로 조립되고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3국으로의 판매에서 영국은 간접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 간의 경제적 상호연결성의 증대와 글로벌 가치사슬은 통상에서 새로운 변수들에 따라 우리의 무역 실적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나라의 저성장이나 경제 침체가 무역 파트너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일부라도 직간접으로 연관된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다자간의 생산과 통상에서는 효과적인 리짐(regime)이 구축되고 국가 간의 신뢰와 협력이 새로운 질서 기반이 돼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훼손한다는 것은 산업상의 국제 질서를 흔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국제분업 체제에서 한국의 반도체 대기업이 일본산 부품소재를 주로 사용한 이유는 기술적, 경제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비교우위가 없는 경우에는 국산화보다는 수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비교우위에 따라 자원의 최적 배분을 기한다는 원칙에 근거를 둔 이 전략은 국가 간의 교역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자유무역주의를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이 프레임에 의하면 이번 사태는 양국 간의 갈등을 조속히 풀어 정상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보호무역주의를 펼치고 있으며 일본도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일본이 전 세계 반도체용 고순도 불화수소 시장을 거의 독점한 상황이고 보니, 대만과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도 일본산 불화수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100년 이상의 정밀화학 전통을 가진 일본의 기술을 단시간에 따라잡아 고품질의 저렴한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불화수소가 반도체 제조의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아닙니다. 부품·소재·장비의 공급원을 다양화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품목을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글로벌 가치사슬에 묶여 있고, 국제분업이 대세인 산업 환경에서 주요 분야의 모든 핵심요소를 온전히 갖춘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벤더(공급국가)의 다변화는 중요합니다.
우리가 사는 오늘의 세상은 모든 것이 다 연결돼 있고, 상호의존적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기에는 특히 그런 특성이 두드러집니다. 모든 현상이 얽혀 있다면 그것을 푸는 방법에서도 통합적이고 융합적인 접근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기술 간의 융합, 산업 간의 융합에서 나아가 과학기술과 다른 분야 간의 융합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2. 기업의 부품소재 분야 자체 경쟁력 강화
또 하나의 시각에서 이번 사태의 해결 방안을 보겠습니다. 특정 소재나 부품에서 지나치게 일본에 의존한 것이 위기상황을 초래하고 있고, 따라서 이 기회에 국산화를 서둘러 자급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거래에 들어가는 비용과 위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이 스스로 생산능력을 확충해서 내부화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상대국이 일본이라 정치적 환경이 불확실한 경우이므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 산업화과정에서 대기업이 사업 다각화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에 대해 문어발식 확장이라거나 중소기업 영역의 침해라는 사회적 반응이 있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하는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기업의 내부화 시도라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국제분업의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고, 앞으로 재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만큼, 국내 산업생태계 혁신과 기업 차원의 자체적 내부화 역량 강화가 중요합니다.
여기서 이슈가 되는 것은 고도의 기술집약적 부품이나 소재 확보를 단기간에 해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해야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 연구개발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과제입니다. 국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GDP 대비 R&D 비중이 2019년 기준 4.6%로 세계 최상위 수준이고, 과제 성공률도 98%로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사업화 성공률은 약 20%로 영국(70.7%), 미국(69.3%), 일본(54.1%)에 크게 못 미칩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저해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결 론
수십 년 간 강조돼 왔으면서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 있을 때,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개발의 생산성은 과제의 적절성, 연구 역량, 연구관리 제도, 실험·실증을 위한 연구개발 인프라, 기업활동 관련 규제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예산 확보와 배정, 연구개발 과제 선정, 연구 생태계 구축에 시간과 행정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면 시간을 놓치게 될 것입니다. 한시적으로 예산 확보와 집행, 연구개발 과제 선정, 연구개발 관리 등에 대해 기업과 연구계에 자율권을 주고, 기업이 지출한 비용을 전액 세액 공제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정부의 이번 긴급 대책에는 기술상장특례제도를 통한 지원 강화, 특허확보, 해외출원 관련 지원 프로그램 등이 들어 있어 그 효과에 기대를 합니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글로벌 체인 상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과학기술계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다른 분야와는 어떻게 협력을 이끌어낼 것인지, 소중한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수 있도록 R&D와 산업 현장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거버넌스에 의해 4차 산업혁명에서 순항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김 명 자
|